LG전자 사내벤처에서 공연예술 시장으로: 마스킷의 탄생 이야기 (1)

"LG전자에서 분사한 기업이 왜 공연예술시장에서 모바일 티켓을 만들고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마스킷 대표 배호연입니다. 오늘은 우리 회사의 특별한 탄생 스토리를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가전제품 데이터 플랫폼에서 공연예술 모바일 티켓으로 - 꽤나 예상치 못한 여정이었죠.

마이데이터에서 시작된 이야기

2023년, 저는 LG전자 H&A 사업부의 데이터플랫폼Task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주 업무는 LG전자의 홈 IoT 데이터와 ThinQ 앱 로그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들의 사용성을 추적하고, 이를 연구소와 상품 기획 등 다양한 현업 부서에 제공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사이드 프로젝트로 '마이데이터' 관련 업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마이데이터란?
정보주체인 개인이 자신의 의지대로 기업이 수집/보관하고 있는 개인정보를 열람하거나 이동시킬 수 있는 법적인 권리에 기반한 개념입니다. 금융권에서 먼저 도입되어, 고객들은 하나의 은행 앱에 접속해 다른 은행에 있는 자신의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죠.
저는 이 마이데이터 개념을 LG전자의 가전제품에 적용해 고객 개개인에게 맞춤형 홈 IoT 환경을 구축하는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태스크는 아쉽게도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마이데이터 전문 스타트업과 제휴를 시도했지만, 북미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관련 소송 사례로 인해 대기업의 리스크 감지 시스템이 작동하면서 중단된 것이죠.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지원해주시던 상무님께서 '사내벤처 프로그램으로 이어가보는 건 어떨까?'라는 제안을 해주셨고, 그렇게 LG전자의 사내벤처 프로그램인 '스튜디오341'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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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벤처 인큐베이터, 그리고 첫 번째 피벗

처음 가전 마이데이터 활용을 주제로 시작된 아이디어는 심사역과의 멘토링과 시장 검증을 거치며 여러 번 변화했습니다. 사내벤처 인큐베이터에 들어갈 무렵에는 "기업들이 편하게 마이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마이데이터 샌드박스'를 B2B SaaS 형태로 제공하겠다"는 방향으로 정리되었습니다.
* 스튜디오341 Top 6 선발 피칭 당시 컨셉
* 스튜디오341 Top 6 선발 피칭 당시 컨셉
 
이 아이디어의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시장 분석이 있었습니다.
  • 보안 및 개인정보 규제로 인해 개인정보 처리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마이데이터 도입 리스크가 높아집니다.
  • 반면 신생기업은 초기 IT 인프라 구성부터 개인정보 취급을 목표로 설계할 수 있어 유리합니다.
  • 대기업은 규제와 보안 심사에서 자유롭지 못해 마이데이터 활용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런 간극을 해소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습니다.
스튜디오341의 Top6에 선발되어 인큐베이팅을 시작한 후, 저희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다양한 담당자들을 만나며 마이데이터 사업화의 가능성을 빠르게 검증해보려 했습니다. 하지만 곧 몇 가지 핵심적인 문제점들이 드러났습니다.
  1. 정책 의존도가 너무 높았습니다. 마이데이터는 규제산업이라 정부 정책의 영향을 매우 강하게 받고, 입법 항목과 시점에 따라 회사의 존망이 좌우될 수 있었습니다.
  1. 고객층이 너무 제한적이었습니다. 가전 마이데이터의 경우, LG전자, 삼성전자, 한국전력 외에는 수요 기업이, 거의 없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는 '바람 한 번 불면 날아갈 수 있는' 스타트업이 시작하기에 적합한 사업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피벗(Pivot)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끝없는 터널 속 피벗의 원칙

피벗을 하면서 저희는 다양한 시장을 검토했습니다. '마이데이터'를 다루는 노하우와 개인정보 및 규제에 대한 지식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했고, '문서를 없앨 수 있는 기술'을 가진 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가장 문서가 많은 곳은 어디일까?'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동사무소, 병원, 동물병원, 부동산 등 종이문서를 많이 취급하는 산업들을 연이어 검토했습니다. 각 산업은 유망해 보였지만, 어느 하나 확실히 방향을 잡지 못했고 심사역과의 검토 과정에서도 좋은 피드백을 받지 못했습니다.
피벗의 과정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지나는 느낌이었죠.
그러던 중, 저희는 새로운 방향성을 찾기 위한 몇 가지 원칙을 세워보았습니다:
아직도 제 책상 옆에 붙어있는, 당시 작성한 메모
아직도 제 책상 옆에 붙어있는, 당시 작성한 메모
  1. 고객이 돈을 지불할만한가? - 실질적인 수익 모델이 있는가
  1. 자산이 축적되는가? -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쌓이는 비즈니스인가
  1. 심사역보다 잘 아는가? - 우리만의 도메인 전문성이 있는가
  1.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 성장 가능성이 있는가
  1. 스타트업이 할 만한 일인가? - 진입장벽과 리스크가 적절한가
  1. 대표의 영업력이 작동하는가? - 초기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가
이 원칙들을 바탕으로, 저희는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향해 나아가게 됩니다. 그 시장은 바로 '공연예술 산업'이었습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마스킷이 어떻게 공연예술 산업에 진출하게 되었고, 모바일 티켓 솔루션을 개발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LG전자로부터 분사하여 독립적인 스타트업으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들려드리겠습니다.

 
작성자 : 배호연 대표
작성일 : 2025년 4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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